두 명의 여고생 연세대 입학사정관에게 물어보니
수요일, 25 3월 2009, 08:16 오전 에 Shin Seoggyun
  [제 스펙 어떠세요?] 두 명의 여고생 연세대 입학사정관에게 물어보니
[중앙일보 최석호] 요즘 대입의 키워드는 입학사정관 전형이다. 대부분의 대학이 너도나도 사정관 전형을 통해 성적 대신 잠재력 있는 학생을 뽑겠다고 발표했다. 그렇다면 여기서 주목할 단어가 있다. 성적과 잠재력이다. 성적과 잠재력은 서로 상반되는 개념일까. 대입을 앞둔 고교생과 학부모들은 여기서 헷갈려 하고 있다. 그렇다면 대학은 어떻게 학생을 선발하려는 것일까. 연세대 입학사정관을 통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입학사정관제를 구체적으로 알아본다.

두 명의 같은 학교 고3 여학생들이 있다. 두 학생은 모두 연세대를 가고 싶어한다. 한 명은 봉사활동 실적이 뛰어나고, 한 명은 교과성적이 좋다. 두 명이 연세대 수시2-2 입학사정관 전형 중 하나인 진리·자유 전형에 도전할 뜻을 갖고 있다. 진리·자유 전형은 전체 입학사정관 전형(총 509명 모집) 중에서 선발인원이 344명으로 가장 많다. 1단계에서 교과성적으로 100% 선발하고, 2단계에서 서류 등을 반영한다. 이 밖에도 연세대 입학사정관 전형엔 사회적 배려대상자 전형(50명), 사회 기여자 전형(20명), 언더우드국제대학 전형(95명)이 있다. 두 학생이 진리·자유 전형에 가상으로 지원했다. 연세대 측은 이런 가상 지원에 대해 상당히 부담스러워했다. 입학사정관 전형 내용이 외부로 나가면 학원들이 대비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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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활동 VS 교과성적

연세대 경영학과를 지원하기를 원하는 임민아(18·진선여고 3)양. 임양이 내세우는 것은 봉사활동 실적이다. 고교 2년간 봉사활동 실적이 210시간이다. 이에 비해 교과성적은 최상위권이 아니다. 주요 과목(국어·영어·수학·사회·과학) 내신등급은 2.5등급 수준이다. 인문계 333명 중 계열석차 백분위는 6.54%.

임양은 “1학년 때는 ‘사랑의 집짓기’ 봉사활동으로 필리핀 리가시오 시장상과 관광국장상을 받았다”며 “3년 내내 꾸준한 봉사활동 실적이 장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같은 학교에 다니는 박한송(18)양은 전교 1~2등을 오간다. 인문계 계열석차는 0.6% 정도. 1학년 때는 학급회장을 지냈고, 2학년 때는 학생회 생활부 차장을 역임했다. 한국인문사회연구원 주최 전국논술경시대회에 참가해 대상과 우수상을 수상하면서 논술 실력을 인정받았다.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가 목표다. 박양은 “신문·방송 분야로 특화된 전문 변호사가 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두 학생의 실적은 기자를 통해 연세대 입학사정관에게 전달됐다.

연세대엔 현재 5명의 입학사정관이 있다. 이들은 주로 박사학위를 갖고 있는 전문가들이다. 이 중 박정선(46·통계학 박사) 입학사정관 실장이 입학사정관 업무를 총괄한다. 평가 기준을 잡고, 실제 전형에서 서류 평가·면접 등을 직접 실시한다.


입학사정관이 임민아양에게

박 실장은 임양의 이력에 대해 “자신이 관심있는 분야에 매진한 부분이 인정되기 때문에 서류평가에서는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며 “하지만 1단계에서 학생부 교과성적만으로 2배수를 선발하는데 전국 고교가 1400개가 넘는다는 점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학생부 교과성적이 뛰어나지 않으면 1단계 통과가 어렵다는 얘기다.

1단계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성적 산출에 반영되는 국어·영어·수학·사회·과학 과목 내신성적 관리가 최우선 과제다. 박 실장은 “지난해 교과우수자 전형(학생부 교과 90%+비교과 10%로 250명 선발)에 비해 기회의 폭은 넓어졌다”면서도 “지난해 교과우수자 전형 지원자 대부분이 서울대 지역균형선발에도 지원했다는 점을 명심해야한다”고 말했다. 기타 과목의 경우에는 9등급만 아니면 감점하지 않는다.

수능 최저학력기준도 중요하다. 그는 “연세대는 입학사정관 전형의 경우에도 다른 학교에 비해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세다”며 “진리·자유 전형과 유사한 지난해 교과우수자 전형의 경우 합격생 250명 중 50여 명이 수능 최저학력기준에 미달해 최종 불합격 처리됐다”고 말했다.

입학사정관이 박한송양에게

박 실장은 “교과성적은 좋지만, 1단계 통과 순간부터 교과성적은 사정 대상이 아니다”며 “2단계부터 모든 학생이 원점에서 다시 출발한다. 서류전형에서는 학생부 비교과와 자기소개서, 추천서만 본다”고 말했다. 학생부에 기재되지 않은 내용은 무의미하다. 수상 내역은 수상 기관에 따라 차별적인 점수를 준다. 많다고 좋은 것만은 아니다.

그는 박양에 대해 “수상 경력과 학생부 활동 등 다양한 특별활동 사항을 학생부에 빠짐없이 기재하고, 자기소개서와 추천서에서 그 내용을 부각시켜야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비교과에서 한 분야를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고 좋은 점수를 받는 건 아니다”며 “다양한 경험으로 얻어진 성과와 그를 통해 느낀 점 등을 자기소개서에 솔직하게 쓰면 된다”고 말했다.

자기소개서는 구체적으로 쓰도록 권고했다. 지원동기와 살아오면서 겪었던 난관과 극복 과정 등을 적을 때 자신의 생생한 경험이 묻어나야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박양의 경우에는 논술대회 수상 경력과 언론홍보영상학부를 연관시켜 작성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박 실장은 “입학사정관들은 수많은 자기소개서와 추천서를 읽어 온 사람들”이라며 “누군가의 도움을 얻은 글은 금방 알아본다. 잘 쓴 글보다 투박하지만 자신만의 언어로 솔직하게 쓴 글이 더 좋은 점수를 받는다”고 조언했다.

1단계 통과 이후엔

면접(2단계 서류만으로 50%를 우선 선발한 뒤 나머지 50%는 서류 90%+면접 10%로 최종 선발)에서는 교과지식을 묻지 않는다. 자기소개서와 학생부에 나온 특별활동을 확인하는 차원이다. 박 실장은 “고교생활동안의 특별활동을 대학 생활에서 어떤 식으로 발전시켜 나갈 것인지 면접에서 구체적으로 소개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석호 기자